2020년의 마지막 달, 전 세계가 코로나-19 판데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 난리가 하루바삐 수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우리 인류가 이러한 대규모의 재난을 더 자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다.

우주의 모든 법칙을 풀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 지난 수 세기 동안 인류의 기술 문명을 발달 시켜 오던 과학은, 현대적인 양자역학의 발전과 함께 이제는 종교 수준의 믿음을 요구하는 난해한 이론과 SF( Science Fiction)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하다. 이러한 과학 지식과 대중과의 괴리는 오늘날 반지성주의를 한층 공고히 해서 우리가 예전에 선진국으로서 선망하던 나라들에서 5G 를 통해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등의 이슈로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5G 도입 반대 시위 장면 (ABC News, 2020-08-03)
capture 201208 01

지금처럼 주변에 수많은 정보와 유언비어가 흘러넘치고, 또 이전의 언론이나 미디어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 가야 하는 우리는, 이전과 같은 단순한 흑백논리의 틀을 벗어나서 이제는 좀 더 보완된 프레임워크framework 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것이, IBM 글로벌 서비스 IBM Global Services 에서 일하던 데이브 스노우든 David Snowden 이 1999년에 제시한 커네빈 프레임워크 Cynefin framework 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이유이다.

커네빈 도메인

커네빈 프레임워크는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한 다섯(5) 개의 스페이스space 혹은 도메인domain 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1][2].

  • 심플 Simple (처음에는 옵비어스 Obvious, 이후로 노운 Known, 클리어 Clear 등으로도 불림)

  • 콤플러케이티드 Complicated (이후로 노우어블 Knowable 로도 불림)

  • 콤플렉스 Complex

  • 캐이오틱 Chaotic

  • 디스오더 Disorder (때로는 컨퓨전 Confusion 으로도 불림)

여기서 말하는 "의사 결정"이란, 현실 세계로부터 주어진 상황이나 위기를 인지하고 그에 적절한 합리적인 (sense-making) 대응 방안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노우든이 선정한 단어 'Cynefin(/kəˈnɛvɪn/)' 은, 한 개인이 삶 가운데서 자신을 자연스럽게 동화시키며 상호작용의 관계를 형성해 온 모든 물리적 상황적 환경( 지역, 종교, 문화 등)을 가리키는 영국 웨일스 Wales 의 말이라고 한다.
커네빈 프레임워크의 도메인 (가운데의 어두운 부분은 디스오더Disorder 영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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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소스: bagtheweb.com)

먼저, 심플 도메인은, 말 그대로 인과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상황을 대표하는데, 이를 현학적으로 말하자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립이 필요한 제품을 분해한 상태로 판매하고 할 때 구매자들이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자의 경험과 지식을 표준 설치 매뉴얼의 형태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심플 도메인에 속하는 문제들은 인지Sense범주화Categorise대응Respond 의 방식으로 접근하면 되고, 또 축적된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최선의 방안 best practice 을 도출할 수 있다.

심플 도메인에 대해서 의사 결정의 리더로서 경계해야 할 부분은, 정형화된 문제 해결 방식에 지나치게 안주함으로써 환경의 거대한 변화 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dot{갇}\dot{힌}\,\dot{사}\dot{고}\)(entrained thinking)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콤플러케이티드 도메인은, 말하자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 있는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에 갑자기 위가 아프다면 위 안에서 무엇인가가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는 인과관계까지는 알 수 있지만 정확한 원인과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를 찾아가서 진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처럼 콤플러케이티드 도메인에서는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거나 전문 AI( Artificial Intelligence) 시스템을 적용해서 감지Sense분석Analyse대응Respond 의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한편, 여러 전문가가 각기 다른 해답을 제시하면서 양보하지 못하고 다투는 현상을 분석 불구화 (analysis paralysis) 라고 하는데, 콤플러케이티드 도메인의 리더는 이에 대한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문가 그룹의 배타성으로 인한 집단 갇힌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그룹 밖의 참신한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보다 더 복잡한 상황, 즉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은 콤플렉스 도메인의 문제로 분류한다. 현재의 코로나-19 판데믹을 예를 들자면 왜 발생하였는지, 어떻게 전파되고 또 감염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치료는 어떻게해야 하는지 등등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다. 이러한 경우 한순간의 잘못된 대응이 예상치 못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여러 제어 집단으로 나누고 각 제어 집단에 대한 탐사Probe감지Sense대응Respond 을 분석하면서 전체적인 상황 대응 방법과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만일 복잡한 상황이 더 악화되면 다음 단계인 캐이오틱 도메인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인과관계의 분석과 같은 "지식 기반"의 대응을 할 여유가 없음으로 최대한 신속한 조치Act감지Sense대응Respond 를 통해서 문제의 단계를 최소한 그 아래 단계인 콤플러케이티드 도메인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캐이오틱 도메인에서의 리더는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기 보다는, 급한 불 먼저 끄기 (혹은 출혈부터 멈추기) 식의 대응을 통해서 일단 질서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커네빈 프레임워크는, 처음에는 IBM 내부에서 개발자들이 제품 개발, 시장 개척, 공급망 운용, 고객 관리 등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도입되었는데, 이후 미국의 여러 정부 기관에서 정책 결정을 할 때 적용되고 영국에서도 공공 의료 서비스 관련 연구 등에 활용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커네빈 다이나믹스

커네빈 프레임워크는,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적절한(sense-making) 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사 결정 도구로 활용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삶의 작은 걱정거리로부터 고객으로부터 주어진 엔지니어링 문제 - 예를 들어 수학적 모델링이 필요한 - 등에 있어서도 해당 과제의 해결 과정 가운데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줄여나가는 프로세스로 활용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서는 커네빈 도메인 사이의 경계와 이동 - 즉, 현실 세계에서 상황 A 가 상황 B 로 전환하는 순간에 해당 -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모델링과 분석 프로세스
modelling process

복잡한 위기 상황을 겪고 나면 어떤 대응이 잘 작동했고 어떤 대응이 실패했는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쌓이게 된다. 이러한 지식의 축적을 시스템화함으로써 미래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더 나은 대응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커네빈 도메인 상에 투영하면, 더욱 복잡한 도메인에 속하였던 상황을 점차 덜 복잡한 도메인으로 옮기는 리더의 노력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최종적으로 해당 상황이 반복적으로 예측 가능해진다면 표준화를 넘어서 자동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커네빈 다이나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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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소스: basicsm.com)

이 가운데서도 심플과 캐이오틱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가장 극적인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앞서 심플 도메인에서 나왔던 조립 설명서의 예에서 작지만 치명적인 인쇄 오류가 있었던 것을 놓치는 바람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클레임이 들어오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앞서 경고한 것처럼 리더 입장에서 정형화된 방식에 너무 안주하다 보면 시장 상황의 변화나 기존에 사용하던 부품의 노후화 등을 보지 못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극적인 추락( 스노우든은 이를 어시메트릭 콜랩스 asymmetric collapse 라고 불렀다)이 모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리더로서는 이를 더는 미룰 수 없는 기술혁신에 대한 호출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마무리

물론 현실에서 발생 가능한 다양하고 유기적인 상황들을 생각해 볼 때, 도대체 어떤 상황이 복잡한 상황이고 어떤 것이 "더 복잡한" 상황인지 명확한 도메인으로 구분한다는 것이 그저 개념적인 두뇌 게임같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이러한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하여 두면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에서 지식 기반의 합리적인 대응을 신속하게 끌어낼 수 있고, 또 이러한 지식 기반의 의사 결정 도구의 강점은 시간과 경험이 더해질수록 점점 더 효율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 있다.

관심이 생긴 독자라면, 스테판 게론Stefan Geron 의 논문 [3] 과 같은 자료를 통해서 커네빈 프레임워크를 실제 현실 문제에 적용하는 예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참고자료

  • [1] C.F. Kurtz and D.J. Snowden, “The new dynamics of stretegy: Sense-making in a complex and complicated world”, IBM Systems Journal, Vol 42, No 3, 2003.

  • [2] D.J. Snowden and M.E. Boone, “A Leader’s Framework for Decision Making”, Havard Business Review, November 2007.

  • [3] S.M. Geron, “21st Century strategies for policing protest”, Naval Postgraduate School, March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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